내 마음대로 새 먹이통 만들기

새를 위한 작은 밥상 차리기

기후위기로 매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인간 동물보다 더 크게 기후위기를 경험하는 주체는 비인간 동물입니다.

이르게 핀 봄꽃, 따뜻한 겨울을 봄으로 착각해 월동을 마치고 깨어났다가 다시 찾아온 추위에 목숨을 잃은 70억 명의 벌, 56일 간 그치지 않고 내린 비로 익사한 것도 모자라 점점 지독해지는 토양 오염 때문에 개체수가 급감한 지렁이, 벌과 나비 개체수 부족으로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열매며 씨앗을 맺지 못하는 꽃과 나무들, 강수량 부족으로 물줄기가 말라 목숨을 잃었거나 강제 이주해야 했던 물살이, 바짝 마른 낙엽과 나뭇가지를 타고 빠르게 번진 불로 소실된 서식지까지.

인간 동물이 초래한 기후위기지만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비인간 동물은 불평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기후재난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새'도 포함되어 있죠.

자연식을 하는 새들은 기후위기로 먹이터와 먹이의 상당 부분을 잃었습니다. 특히나 도심에서 살아가는 새들은 녹지 공간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먹을 걸 구하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 먹을 것도, 쉴 곳도, 살아갈 곳도 부족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Bird Feeder(새 먹이통/새모이통)를 만들어 보았어요.

자연에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휴지심, 솔방울, 재사용 물품을 활용해 열량 보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먹이통을 만들었습니다.

번식기가 시작된 4월 한 달.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지친 새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앞마당 또는 집 근처 공원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고, 누가 와서 먹는지 관찰도 해볼 거예요. 그리고 새들이 먹이를 다 먹고 가면 설치한 피더는 회수할 거예요.

자, 그럼 새를 위한 작은 밥상을 차리러 가볼까요?

사용한 재료

휴지심, 솔방울 피더 재료: 땅콩버터, 앵무새 모이(알곡, 해바라기씨, 무염 소면 혼합)
버드 케이크 재료: 아몬드가루, 무염 혼합 견과(아몬드, 호두, 캐슈넛, 땅콩), 건포도, 무염 비건 버터(순식물성 고형 버터)

새 먹이는 어디에 어떻게 달아야 할까요?

  • 1새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 어디인지 잘 봐두세요. 그리고 먹이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러 찾아오는 산, 초지, 공원, 정원 중 새 소리가 많이 들리는 나무를 하나 골라주세요.
  • 2나무는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야 하고, 고양이 급식소와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나무여야 합니다. 고양이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다른 요소(돌, 벤치, 시멘트 옹벽 등)가 없는지 잘 살펴주세요.
  • 3새가 안전한 환경에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판단이 서면 여러분이 만든 새 먹이를 달아주세요. 손이 닿되 새가 편하게 앉거나 서서 먹을 수 있도록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뭇가지 바로 위쪽에 달아주셔야 해요.
  • 4새 먹이를 달았으면 흔들었을 때 쉽게 떨어지지 않는지, 새가 먹기 불편해 보이지 않는지, 비교적 새가 접근하기 편해 보이는지 등을 점검한 뒤 멀리 떨어져서 관찰해 보세요. 운이 좋으면 새 먹이를 달아둔 당일, 첫 손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새 먹이를 달았는데 새가 안 먹는 것 같아요.

  • 1새 먹이가 새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되어 있고, 새가 자주 찾아오는 장소 중 한 곳에 설치한 게 맞는지 관찰해 보세요.
  • 2모든 조건에 부합한다면, 아직 소문이 덜 났거나 경계하는 중일 확률이 높아요.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한 달 간 소문 날 시간이 필요해요. 그 동안은 최대한 먼 거리에서 기웃기웃, 손님이 오나 안 오나 확인만 해주세요.
  • 3그래도 새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장소 선정에 실패하신 겁니다. 다른 장소를 물색해서 새 먹이를 달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