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한파가 휘몰아친 12월 26일,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사전 모니터링을 하러 시민분들과 함께 동구와 남구에 있는 아파트 각 1곳을 방문했습니다.
하루 전날은 크리스마스였는데요. 인간들이 보송보송 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동안 새들도 무탈하게 하루를 보냈을지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충돌 사체의 종류와 부패 정도를 안내하고, 사체 기록 및 수습 방법을 알려드린 뒤 아파트 방음벽 외측과 내측을 고루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새들을 만났습니다.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체를 수습할 때에는 ‘우리가 너무 늦게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음벽 안쪽 한 지점에 연달아 추락해 있는 조류 사체를 발견했을 땐 ‘조금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죽음의 벽을 바꿔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번 | 자치구 | 아파트 | 예방조치 | 희생 조류 수 | |||
맹금류 스티커 | 저감조치 (도트,라인) | 외측 | 내측 | 계 | |||
1 | 동구 | 학동 무등산 아이파크 | 유 | 무 | 9 | 33 | 42 |
2 | 남구 | 방림 명지로드힐 | 무 | 무 | 3 | 6 | 9 |
모니터링 결과, 이날 살핀 두 아파트 투명 방음벽에서 총 51마리의 새가 충돌해 죽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놀라운 점은 맹금류 스티커(버드세이버)가 부착되어 있는 동구 학동 무등산 아이파크 아파트에서만 42명의 사체를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같은 날 9명의 사체가 발견된 남구 방림 명지로드힐 아파트 방음벽에는 맹금류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맹금류 스티커가 충돌 사고를 예방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에는 지난 4월 조류충돌 저감 조례가 제정・시행되었지만,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자료 수집・분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충돌 저감 조례가 단지 구색만 맞춘 문서로 남지 않도록 지역민이 함께 관심을 기울이며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야할 때입니다.
광주광역시가 인권의 도시를 넘어 모든 생명의 권리를 고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22년에도 도심 공원과 습지, 무등산국립공원과 천변, 아파트 조경림 곳곳에서 새 소리가 가득 울려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광주광역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시민 모니터링단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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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연합뉴스, 동물권단체 “방음벽은 새들의 무덤, 맹금류 그림 효과 없어”(원문 보기: http://naver.me/FIpfV9xo)